[유망기업] 이종서 앱클론 대표 “국산 CAR-T 신약 선도할 것…내년 임상 도전”

입력 2020-11-09 08:57   수정 2021-07-11 13:27

<p> ≪이 기사는 11월 09일(08:57) 바이오.제약,헬스케어 전문매체 ‘한경바이오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차별화된 CAR-T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항체 전문기업 앱클론이 도전장을 냈다. 이종서 앱클론 대표를 찾아 앱클론의 원천기술과 청사진에 대해 들었다.

앱클론은 2010년 설립한 항체 전문기업이다. 독자적 항체 개발 기술을 바탕으로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하고, 항체 개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앱클론은 항체 개발 플랫폼 기술 ‘네스트 (NEST)’와 ‘어피맵(AffiMab)’을 보유 중이다. 네스트는 질환 단백질(항원)의 새로운 부위(에피토프·epitope)에 결합하는 항체를 찾는 기술이다.

항체의약품은 항원의 어떤 부분에 결합하느냐에 따라 치료 효과가 달라진다. 이미 출시된 치료제와 같은 항원을 표적하더라도 다른 부위에 결합하기 때문에 신규 특허 창출에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결합 부위가 다른 기존의 항체치료제와 병용 투여가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어피맵은 앱클론의 이중항체 기술이다. 암을 비롯한 난치성 질환 치료제 개발이 어려운 이유는 질환 단백질이 두 개 이상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두 질환 단백질을 표적하기 위해 이중항체 기술을 사용한다. 하나의 항체에 또 다른 항체를 연결하면 사람의 몸은 이런 형태의 이중항체를 외부 물질로 인식한다. 면역거부 반응이 일어나 약효를 발휘할 수 없다.

앱클론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보통 크기의 항체에 붙이는 두 번째 항체의 크기를 25분의 1 수준으로 작게 만들었다. 이중 항체를 외부 물질이 아닌 것처럼 착각하게 만드는 기술이다.
항원의 새로운 부위 겨냥한 신규 항체
앱클론은 항체 기술을 기반으로 2015년 ‘키메릭항원수용체-T세포(CAR-T)’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다. CAR-T는 환자 맞춤형 세포치료제다. CAR(Chimeric Antigen Receptor)는 암세포의 특정 단백질에 결합하도록 만들어진 수용체 유전자를 일컫는다. T세포는 인체에서 유래한 면역세포다.

CAR-T 치료제는 환자 혈액에서 면역세포인 T세포를 추출해 CAR와 결합하고 배양해 다시 환자의 몸속에 주입한다. CAR-T는 몸속을 돌아다니며 유도탄처럼 표적이 된 암세포를 찾아 공격한다. 암세포를 공격하는 무기(T세포)에 추적장치(CAR)를 단 것이다.

지금까지 미국 FDA로부터 승인받은 CAR-T 치료제는 노바티스의 킴리아, 길리어드사이언스의 예스카타와 테카르투스 등이 있다. 국내 승인 사례는 아직 없다.

앱클론은 CAR-T 치료제 개발 대열에 합류하기 위해 경쟁 치료제를 분석하고 차별화를 시도했다. 킴리아와 예스카타는 항체 ‘FMC63’을 활용해 CD19를 표적한다. CD19는 혈액암을 유발하는 질환 단백질이다.

앱클론의 CAR-T 치료제 후보물질 ‘AT101’ 도 역시 CD19를 표적한다. 하지만 회사는 네스트 기술을 활용해 CD19의 다른 결합 부위를 표적하는 항체 ‘1218’을 개발했다. 이종서 앱클론 대표는 이를 쉽게 설명하기 위해 CD19를 코끼리에 비유했다. “기존 제약사들은 인지하기 쉬운 코끼리 몸통을 조준했다면 앱클론은 코끼리를 효과적으로 죽이기 위한 부위를 찾았다”며 “이를테면 숨쉬는 콧구멍을 조준하도록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FMC63은 쥐에서 유래한 항체라서 간혹 인체에서 항원으로 인식하는 오류가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1218’은 유전자 작업을 통해 인간화(humanize) 작업을 거친 항체다. FMC63에 비해 1218의 면역원성이 낮아 효과가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는 설명이다.
약효 활성 조절하는 ‘zCAR-T’
‘AT501’은 사람상피세포증식인자수용체2형(HER2) 단백질을 표적하는 CAR-T 난소암 치료제 후보물질이다. 회사는 고형암을 표적하는 CAR-T 치료제를 만들기 위한 첫 단계로 난소암을 표적했다. 기존 CAR-T 치료제는 혈액암에 사용되고 있다. 고형암은 암세포 모양과 크기가 균일하지 않아 CAR-T가 접근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난소암은 일반적으로 난소를 제거하는 수술을 통해 치료한다. 그러나 복막이나 장기 등에 전이될 가능성이 높다. 전이의 양상은 혈액암과 유사하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앱클론은 AT501이 난소암의 전이를 막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AT501에는 새로운 방식의 기술도 적용됐다. 기존 CAR-T의 부작용 중 하나인 과잉 면역반응(사이토카인 폭풍)을 방지하는 ‘zCAR-T(Swichable CAR-T)’ 기술이다.

기존 CAR-T는 한 번 투입되면 5~10 년간 지속되며 외부에서 조절이 불가능하다. 앱클론은 이를 조절하기 위해 zCAR-T를 도입했다. 우선 비활성화된 상태의 CAR-T를 주사한다. 이후 필요에 따라 스위치 물질을 주입해 활성화하는 것이 zCAR-T의 원리다.

환자의 상태에 맞춰 적정한 양의 스위치 물질을 투입해서 CAR-T의 활성도 조절할 수 있다.

CAR-T, 내년 5~6월 임상 1상 신청
‘AC101’은 유방암 및 위암 치료 목적으로 도출된 단클론 항체치료제다. HER2를 표적한다. AC101은 2016년 상하이 헨리우스 바이오텍에 기술수출돼 중국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2018년에는 글로벌 판권 계약도 추가로 체결했다. 회사는 헨리우스가 연내 임상 1 상을 완료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17년에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앱클론은 지난해 영업이익 43억 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했다. AC101의 글로벌 판권 이전 계약금 1000만 달러가 2019년 재무제표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상장할 때 2~3년 안에 흑자전환을 하겠다고 공언했고 그 약속을 지켰다”며 “매년 흑자는 어렵겠지만 방향이 틀리지 않았다고 확신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연구자 출신이지만 경영자로서 수익 창출에 대해 고민해왔다. 기술이전도 신약 후보물질별로 다르게 계획하고 있다. 단클론 및 이중항체 항체치료제는 전임상 단계에서 이전하는 것이 목표다. CAR-T 치료제는 직접 임상 1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앱클론의 퀀텀점프를 위해 꼭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향후 직접 상업화하거나 기술 이전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회사는 CAR-T 치료제인 AT101에 대한 임상 1상 신청서를 내년 5~6월 제출할 계획이다.

앱클론은 꾸준한 수익 창출을 위해서는 항체 개발 서비스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학교와 연구소, 바이오텍 등이 고객이다. 매년 약 20억 원의 매출이 발생한다. 앱클론은 스웨덴 항체 기업 아틀라스 안티바디스의 유통사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관련 제품의 매출은 연간 10억 원가량 발생한다. 두 사업에서 나오는 30억 원 수준의 고정 매출이 신약 개발사인 앱클론의 적자 규모를 줄여주는 요인이다.

최근에는 임상용 CAR-T 생산을 위해 서울시 구로구 본사 건물에 우수의약품제조·관리기준(GMP) 인증 시설을 구축했다. 추후 CAR-T 대량 생산을 위해 경기 시흥에 공장 부지도 마련했다. CAR-T 임상 진행에 따라 2022년 초 이후에 본격적인 공장 설립 을 계획하고 있다. 공장이 완공되면 CAR-T 와 관련한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도 진행할 방침이다.

박인혁 기자 hyu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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